The Nuzzly

훈련 중 하품하는 강아지, 스트레스 신호일까요?

14분 읽기

’앉아’를 세 번째 말한 그 순간.

우리 아이가 갑자기 하품을 합니다. 곧이어 바닥 냄새를 맡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요. 집중이 흐트러졌다고 느껴 목소리를 높이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반려견은 그때 이미 다른 말을 하고 있었을지 몰라요. 강아지 몸짓 언어

훈련 중 하품, 정말 졸려서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훈련 도중 반복되는 하품은 스스로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몸짓일 수 있어요. 노르웨이 훈련사 투리드 루가스(Turid Rugaas)는 이런 행동을 ’카밍시그널(calming signals)’이라 불렀습니다. 자신과 상대를 진정시키는 신호라는 뜻이에요.

루가스는 저서 『On Talking Terms with Dogs』에서 이 신호들을 소개했어요. 2006년에는 개정판도 나왔습니다. 연구 쪽 근거도 있습니다. 1997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베르다(Beerda) 연구팀의 논문이에요. 급성 스트레스를 받은 개에게서 자세 낮추기, 입 주변 핥기, 앞발 들기를 대표 지표로 정리했죠. 베르다 연구팀의 관련 논문은 PubMed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품은 ’지금 조금 버거워요’라는 문장일 수 있어요. 문제는 이런 문장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밍시그널 종류, 어떤 몸짓부터 알아둘까요?

루가스가 정리한 카밍시그널은 30가지가 넘습니다. 훈련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건 그중 6가지 정도예요. 하품, 입술·코 핥기, 고개·시선 돌리기, 몸 털기, 냄새 맡기, 앞발 들기입니다. 전체 목록의 약 20%지만, 처음엔 이것만 눈에 익혀도 충분해요.

신호이렇게 보여요훈련 중 흔한 상황(예시)
하품졸리지 않은데 입을 크게 벌림같은 명령을 반복한 직후
입술·코 핥기혀를 짧게 내밀었다 넣음보호자가 몸을 숙여 다가올 때
고개·시선 돌리기눈을 피하고 옆을 봄정면에서 빤히 바라볼 때
몸 털기젖지 않았는데 온몸을 텀긴장되는 동작을 마친 직후
냄새 맡기갑자기 바닥에 코를 박음목소리가 커졌을 때
앞발 들기한쪽 앞발을 살짝 들고 멈춤지시가 애매할 때

표를 외워도 함정이 하나 남아요. 같은 행동이 전혀 다른 뜻일 때가 있거든요.

모든 하품이 스트레스라면 오해입니다

카밍시그널은 맥락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밥을 먹은 뒤 입술을 핥는 건 그냥 입가 정리예요. 산책 뒤 몸을 터는 것도 흔한 일상 행동이고요. 판단 단서는 세 가지입니다. 타이밍, 반복 빈도, 다른 신호와의 동시 출현이에요.

타이밍: 명령 직후인가요?

신호가 특정 명령이나 동작 바로 뒤에 나온다면 눈여겨보세요. 매번 ‘엎드려’ 직후에만 입술을 핥는다면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빈도: 평소보다 잦은가요?

기준점은 평소 우리 아이의 모습이에요. 훈련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 두면 좋은 비교 자료가 됩니다. 회차마다 몇 번 나왔는지 적어 두면 나만의 데이터가 쌓여요.

동시 출현: 혼자인가요, 겹치나요?

하품 하나는 애매합니다. 하품에 귀 젖히기, 꼬리 내림이 함께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신호가 쌓이면 행동은 단계적으로 강해집니다. 영국 수의사 켄달 셰퍼드(Kendal Shepherd)의 ‘공격성 사다리(ladder of aggression)’ 모델이 이 흐름을 보여 줘요.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대표 행동보호자가 읽을 의미
1단계하품, 핥기, 눈 깜빡임, 고개 돌리기조금 불편해요
2단계몸 돌리기, 뒷걸음, 귀 뒤로 젖힘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요
3단계몸 굳음, 꼬리 말아 넣기, 엎드려 버팀정말 싫어요
4단계응시, 입술 올리기, 으르렁, 물기더는 못 참아요

4단계 중 1단계에서 알아차릴수록 보호자의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그렇다면 신호를 놓친 채 훈련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요? 연구 데이터가 답을 내놓았어요.

과도한 훈련 부작용은 왜 늦게 보일까요?

스트레스는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몸 안에서 먼저 쌓입니다. 2020년 PLOS ONE에 실린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 연구가 이를 보여 줘요. 혐오 자극 기반 훈련을 받은 반려견에게서 스트레스 행동과 코르티솔 상승이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7개 훈련 학교의 반려견 92마리를 관찰했어요. 훈련 영상을 분석하고, 훈련 전후 침으로 코르티솔 수치를 쟀습니다. 혐오 자극 그룹은 입술 핥기, 하품 같은 행동이 더 잦았어요. 훈련 뒤 코르티솔 상승 폭도 더 컸습니다. 훈련장 밖 인지 편향 테스트에서는 더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고요.

포르투 대학교 연구진은 “혐오 자극 기반 방법으로 훈련받은 반려견은 보상 기반 방법으로 훈련받은 반려견보다 훈련 중 복지 수준이 낮았다”고 결론 내렸다. (PLOS ONE, 2020)

비슷한 사례는 2014년 프랑스 연구에도 있습니다. 드랄(Deldalle)과 고네(Gaunet)가 두 훈련 방식을 비교 조사했어요. 부적 강화 위주 학교의 개들은 입술 핥기와 하품이 더 많았습니다. 자세는 더 낮았고, 보호자를 쳐다보는 횟수는 더 적었어요.

부작용이 늦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매 회차는 ’해냈다’로 끝나니까요. 대신 이런 변화가 서서히 따라옵니다.

보상으로 동기를 만드는 방식이 왜 다른 결과를 내는지는 따로 살펴볼 만해요. 강아지 긍정 강화 훈련

그럼 실제 훈련 중에는 어디서 멈춰야 할까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훈련 중단 기준, 어떤 순간에 멈춰야 할까요?

신호가 겹치기 시작하면 그 회차는 마무리할 때입니다. 카밍시그널이 짧은 간격으로 이어지거나, 좋아하던 간식을 거부하면 멈추세요. 공격성 사다리 2단계 이상의 몸짓이 보여도 마찬가지예요.

훈련 중 아래 항목을 확인해 보세요.

여러 개가 한꺼번에 해당한다면 쉬운 동작 하나로 성공 경험을 만들고 끝내 주세요. 마지막 기억이 ’해냈다’여야 다음 회차가 편해집니다.

훈련보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다음 모습은 행동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하세요.

특정 동작만 유독 거부한다면 통증도 살펴봐야 해요. 앉기나 엎드리기를 피하는 행동은 관절·허리 불편에서 올 수 있거든요. 이때는 훈련보다 수의사 진료가 먼저입니다. 동물병원과 수의사 관련 정보는 대한수의사회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전문가 단체들은 어떤 방향을 제시할까요? 답은 의외로 한쪽으로 모입니다.

행동치료학회 권장 방식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미국수의동물행동학회(AVSAB)는 보상 기반 훈련만 쓰라고 권고합니다. 2021년 발표한 인도적 반려견 훈련 입장문의 내용이에요. 처벌과 혐오 자극이 공포, 불안, 공격성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근거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AVSAB는 “문제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반려견 훈련에는 보상 기반 방법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VSAB 입장문, 2021)

국내 제도도 같은 흐름 위에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을 도입했습니다. 반려견 행동을 이해하고 교정하는 전문 인력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뜻이에요. 법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제도와 교육 정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도 모여 있어요.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상담

다음 훈련 때 해 볼 일은 하나예요. 명령을 내리기 전, 우리 아이 얼굴을 먼저 보세요. 하품 한 번에 담긴 말을 알아듣는 순간, 훈련은 이미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미국수의동물행동학회(AVSAB) 2021년 입장문, PLOS ONE 게재 연구(2020), 국가법령정보센터 동물보호법 원문 등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정보이며, 개별 반려견의 건강·행동 문제는 수의사 또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와 상담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강아지가 훈련할 때만 하품을 해요. 졸린 건가요?

명령 직후에 반복되는 하품은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카밍시그널일 수 있어요. 방금 잠에서 깼거나 쉬는 시간이라면 단순한 졸음일 가능성이 큽니다. 입술 핥기나 고개 돌리기가 함께 나오는지 같이 살펴보세요.

Q

카밍시그널과 스트레스 신호는 같은 뜻인가요?

겹치지만 같지는 않아요. 카밍시그널은 가벼운 불편을 스스로 달래거나 상대를 진정시키려는 초기 신호입니다. 몸을 굳히거나 꼬리를 말아 넣는 단계로 넘어가면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는 뜻이에요.

Q

강아지 훈련은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좋나요?

모든 반려견에게 맞는 공식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2011년 Demant 등의 실험에서는 매일보다 주 1-2회 훈련한 개가 더 적은 회차로 과제를 익혔어요. 횟수를 늘리기보다 한 회차를 짧게 끊고, 신호가 보이면 멈추는 방식이 부담을 줄여 줍니다.

Q

스트레스 신호가 보이면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요?

가벼운 카밍시그널만으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심한 헐떡임, 구토, 떨림, 주저앉음이 있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하세요. 특정 동작만 계속 거부할 때도 통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혼내면서 훈련하면 정말 문제가 되나요?

2020년 PLOS ONE 연구에서 혐오 자극 기반 훈련을 받은 개들은 스트레스 행동과 코르티솔 상승이 더 많았어요. 미국수의동물행동학회(AVSAB)도 2021년 입장문에서 보상 기반 방법만 권고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출처 및 인용

  1. [1]

    급성 스트레스를 받은 개에게서 자세 낮추기, 입 주변 핥기, 앞발 들기가 스트레스 지표로 관찰됨 (Beerda 등, 위트레흐트 대학교)

    출처: Beerda B. et al., Manifestations of chronic and acute stress in dogs,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1997), 관련 논문 검색 https://pubmed.ncbi.nlm.nih.gov/?term=Beerda+stress+dogs

  2. [2]

    반려견 92마리 대상 연구에서 혐오 자극 기반 훈련 그룹이 스트레스 행동과 훈련 후 코르티솔 상승이 더 크고, 인지 편향 테스트에서 더 비관적인 반응을 보임

    출처: Vieira de Castro AC et al., Does training method matter? Evidence for the negative impact of aversive-based methods on companion dog welfare, PLOS ONE (2020),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25023 / https://pubmed.ncbi.nlm.nih.gov/?term=Does+training+method+matter+aversive-based+methods+companion+dog+welfare

  3. [3]

    문제 행동 교정을 포함한 모든 반려견 훈련에 보상 기반 방법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

    출처: American Veterinary Society of Animal Behavior, Humane Dog Training Position Statement (2021), https://avsab.org/resources/position-statements/

  4. [4]

    부적 강화 위주로 훈련받은 개가 입술 핥기·하품이 더 많고 보호자를 덜 쳐다봄

    출처: Deldalle S, Gaunet F., Effects of 2 training methods on stress-related behaviors of the dog and on the dog-owner relationship,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 (2014), https://www.sciencedirect.com/search?qs=Deldalle%20Gaunet%20training%20methods

  5. [5]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 도입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https://www.mafra.go.kr

  6. [6]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학대로 금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동물보호법, https://www.law.go.kr/법령/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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